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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69 호 굿즈가 된 전통문화, 젊은 세대를 사로잡다

  • 작성일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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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36
이윤진

  지난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인 흥행을 계기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크게 높아졌다. 그 관심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약 2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114억 8천만 원)과 비교하면 약 90% 증가하였다. 국새 키캡 키링과 공기놀이 세트 등 일부 상품은 연이어 품절되며 재입고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이어지는 등 전통문화 굿즈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박물관 문화상품이 단순한 방문 기념품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전시 관람 후 꼭 구매해야 하는 ‘필수 코스’이자 하나의 소장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전통문화에 현대적 디자인과 실용성을 더한 굿즈는 젊은 세대에게 문화유산을 일상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문화는 어떻게 ‘갖고 싶은 굿즈’가 되었나


  전통문화 굿즈 열풍의 배경에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매년 진행하는 ‘뮷즈(MU)’ 공모전이 있다. 국립박물관 소장 유물을 활용한 문화상품을 주제로 하는 이 공모전은 다양한 전통문화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공예품과 생활소품, 패션잡화, 문구류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당선작은 실제 상품으로 제작·판매된다. 문화유산이 전시실 속 유물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온 것이다.


  최근 전통문화 굿즈는 유물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물이 지닌 형태와 상징, 이야기를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맞게 풀어내며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전통문화가 가진 역사성과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오늘날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갓 우산’이다. 이 상품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착용했던 갓과 전통 지우산의 실루엣에서 착안해 제작됐다. 투명 우산에 갓의 디자인을 적용하고 손잡이에는 전통 매듭 장식을 더해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적인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국새 키캡 키링 세트’는 국가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국새를 일상 속 소품으로 풀어낸 사례다. 대한제국의 국새인 제고지보와 단종보인을 금속과 레진 소재로 구현했으며,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키보드 키캡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국가적 상징물을 현대인의 생활용품과 결합해 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도 곤룡포 문양을 활용한 수건, 신라 금관 브로치, 까치호랑이 배지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며 문화유산 활용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갓 우산 (사진:https://www.museumshop.or.kr/kor/product/product_view.do?str_bcode=001002005&str_goodcode=202607280001&page=5&clickx=1008&clicky=336)


▲갓 우산 손잡이

(사진:https://www.museumshop.or.kr/kor/product/product_view.do?str_bcode=001002005&str_goodcode=202607280001&page=5&clickx=1008&clicky=336)


젊은 세대는 왜 전통문화 굿즈에 열광하는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를 직접 살펴본 대학생 A 씨는 “전반적으로 디자인과 기획이 잘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충분히 구매할 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심이나 블랙핑크 협업 상품처럼 친숙한 요소를 활용한 굿즈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통문화 요소를 현대적인 디자인과 결합하거나 대중적으로 친숙한 콘텐츠와 협업한 상품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 역시 전통문화 굿즈 열풍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전통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문화가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한국만의 역사와 문화가 지닌 고유성은 차별화된 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문화 굿즈의 인기는 문화유산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방식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궁중 문화나 문화재는 어렵고 낯선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굿즈를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는 문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통해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심리적 거리를 좁혀 가고 있다. 전통문화 굿즈의 인기는 문화유산이 과거의 유물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의 소비문화와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굿즈가 만든 새로운 문화유산 경험


  국립중앙박물관 외에도 국립고궁박물관, 경주 첨성대에서도 문화유산 관련 굿즈들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상품은 조선왕조의 문화 유물을 현대 물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판매하고 있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우산과 향수, 컵 받침, 만년필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구류와 패션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주 첨성대의 굿즈 판매점에서는 첨성대 모양 초콜릿과 석굴암을 표현한 쿠키 등으로 이루어진 디저트류와 소품류를 높은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품류에서는 캐릭터 미피와 협업한 경주 에디션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미피스토어가 ‘필수 코스‘로 자리 잡기도 했다.


  굿즈는 문화유산을 일상적인 물건으로 접할 수 있게 한다. 일상적으로 굿즈를 사용하고, 문화유산을 향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굿즈의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해당 문양 혹은 유물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또한 온라인 콘텐츠로 소개한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례들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들이 굿즈 자체의 디자인만을 소비한 것일 수도 있으며, 굿즈 판매량을 문화유산 방문객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해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문화유산 굿즈는 문화유산을 일상에서 접하는 새로운 접점으로 기능하며 관심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영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주요 박물관 관람객 순위에서 3위에 오를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굿즈의 영향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굿즈 역시 문화유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확대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문구류 굿즈 (사진: 조채은 기자)


경험하는 전통, 젊은 세대와의 거리를 좁히다


  전통문화와 현대적 실용성이 결합하면서 젊은 세대와 문화유산의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 전통 문양이 그려진 우산, 부채, 문구 소품 등등 일상에 전통문화를 더해 전통문화에 대한 친근한 시각 또한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도 전통문화 굿즈는 새로운 콘텐츠와 디자인을 통해 전통문화와 젊은 세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윤진 기자, 이수진 수습기자, 조채은 수습기자